재개발 사업에서 유찰이 반복되는 이유
재개발 사업지를 보다 보면 조합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시공사 입찰 유찰입니다. 현장설명회에는 여러 건설사가 참석했는데, 막상 입찰 마감일이 되면 한 곳만 들어오거나 아예 아무도 입찰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설까지 왔는데 왜 입찰은 안 하느냐”, “우리 사업지가 그렇게 별로인가”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건설사 영업팀에서 정비사업 수주 업무를 하며 여러 재개발 사업지를 다녀본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 현장을 보다 보면 유찰이 반복되는 사업지는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공통적인 분위기와 이유가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공사비입니다
최근 재개발 사업에서 유찰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사비입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당연히 공사비를 최대한 낮추고 싶어 합니다. 공사비가 올라가면 결국 조합원 분담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쉽게 입찰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철근, 레미콘, 시멘트 같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많이 올랐습니다. 여기에 금융비용까지 커지면서 예전 공사비 기준으로는 사업성을 맞추기 어려운 현장들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조합이 과거 사업지 사례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건설사는 현재 시장 상황과 착공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합이 원하는 공사비와 건설사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공사비 차이가 너무 크면 유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입찰보증금이 과도하면 건설사도 부담을 느낍니다
입찰공고를 보다 보면 입찰보증금 규모가 상당히 큰 사업지들이 있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진짜 수주 의지가 있는 건설사만 들어오게 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십억 원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경쟁입찰이 예상되는 사업지는 제안서 제작, 설계 검토, 홍보 준비, 인력 운영 등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수주를 못하게 되면 투입한 비용 대부분을 그대로 감수해야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업지는 괜찮은데 리스크 대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내부 검토 끝에 철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3. 조합 내부 갈등이 심하면 건설사도 조심하게 됩니다
입지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조합 내부 분위기도 상당히 중요하게 봅니다.
비대위와 조합이 계속 충돌하고 있거나, 총회 때마다 고성이 오가고, 조합장 해임 이야기가 반복되는 사업지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공사비 협의, 설계 변경, 계약 협상 등 수많은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주 업무를 하다 보면 사업성보다도 내부 갈등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는 사업지도 종종 보게 됩니다.
4. 특정 건설사에 유리한 분위기가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현장설명회를 다니다 보면 가끔 “이미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사업지도 있습니다.
입찰 조건이나 공고 내용, 조합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다고 느껴지면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주전은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승산이 낮다고 판단되면 내부적으로 입찰 자체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5. 사업성이 애매하면 대형 건설사일수록 더 보수적으로 봅니다
조합원들은 보통 도급순위가 높은 유명 브랜드 건설사가 들어오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건설사일수록 사업성을 훨씬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양성이 애매하거나, 일반분양 수익이 충분하지 않거나, 향후 공사비 협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면 내부 심의 단계에서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처럼 건설 경기 자체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예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6. 유찰이 반복되면 조합 분위기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처음 한 번 유찰될 때는 조합원들도 “다음에는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유찰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조합 내부 분위기가 급격히 예민해집니다.
“왜 아무도 안 들어오느냐”, “입찰 조건이 문제 아니냐”, “조합이 사업을 잘못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특히 조합원들 사이에서 추가 분담금 걱정이 커지면 분위기는 더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7. 결국 유찰은 조합과 건설사의 간격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재개발 사업에서 유찰이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건설사가 관심이 없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조합이 기대하는 조건과 건설사가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조건 사이 간격이 아직 맞지 않는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공사비, 사업성, 입찰보증금, 조합 분위기, 향후 리스크 같은 여러 요소들이 어느 정도 맞아야 입찰이 성사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재개발 사업에서 유찰이 반복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공사비 문제, 사업성, 조합 내부 갈등, 입찰 조건, 시장 분위기까지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실제로 현장을 다니다 보면 결국 안정적으로 입찰이 성사되는 사업지는 조합과 건설사가 서로 현실적인 조건을 맞춰가며 신뢰를 쌓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개발 사업은 결국 사람과 돈, 시간, 신뢰가 함께 움직이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유찰이라는 결과만 보기보다 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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